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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내게 특별한 존재다. 산은 우리의 관점을 변화시키고, 웅장한 외양은 내적인 무언가를, 고행중인 수도사가 걸치고 다니던 마미단 옷처럼 오늘날 우리가 지고 다니는 자잘한 걱정과 근심, 불안을 어떻게든 떨쳐낼, 세상 속 오직 나만의 장소에 대한 기대를 거울처럼 반영한다.(18쪽) ..
어느새 햇살이 비껴 다시 물그림자와 해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그것들은 물속 모래바닥에 가닿기 전에 연어들의 작은 등을 자애롭게 비춰준다. 마치 해산과 종언을 앞둔 연어들에게 등을 쓰다듬어주는 관음의 손길이라도 느껴야 안심이 되는 그런 시간이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곤 했어. 어떤 고생을 했냐고? 누구에게 물어봐도 살면서 고생한번 안 했다는 사람은 아직까지 만나본적이 없어. 태어나서 고생하지 않은 인간은 없는 것 같아. 태어날 때 응애 우는 것 그건 고생스러울 걸 알고 우는 거잖아. 사람들이 무엇을 위해서 왜 고생하..
노년은 도둑처럼 슬그머니 갑자기 온다. 인생사를 통하여 노년처럼 뜻밖의 일은 없다. 아등바등 바삐 사느라 늙는 줄 몰랐다. 그래서 누구나 처음에는 자신의 몸속에 진행되는 늙음을 부정하고 거부하려한다. 늙음의 끝에 죽음이 있기 때문이고, 죽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11..
정신분석학에서는 무의식이 표출되는 통로를 꿈, 몸의 통증, 언어 세 가지라 말한다.(...) 일상에서 범하는 말실수를 무의식이 표현되는 대표적인 현상으로 본다. 이를 ‘입술 위에서 미끄러지는 무의식’이라한다.(...) 세속의 법칙으로 성공한 남자들을 보면 의식차원에서 능숙한 만큼 ..
사람은 어떤 한 가지 감정으로 살아갈 수 없다. 공감은 좌절되고, 사랑은 이별을 수반하고, 희망은 실패를 품고 있다. 좋고 나쁨이 빛과 그림자로 함께 하는데 이 모두를 끌어 안을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22쪽) 사실 인간은 누구나 똑같은 감정요소들을 가지고 ..
무엇보다 아팠던 것은 진보라는 언론들이었다. 기사는 보수언론과 별 차이는 없었지만 칼럼이나 사설이 어찌 그리 사람의 살점을 후벼 파는 것 같은지, 무서울 정도였다. 법정스님은 돌아가시면서, 그토록 향기롭고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글조차도 업을 쌓는 것이라며 출판하지 말라..
우연히 숲에서 시베리아 호랑이를 마주치면 그들은 대부분 먼저 공격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선제공격을 하지 않는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스스로 자제합니다. 종전협정을 맺자고 평화의 손길을 내미는 것입니다. 하지만 쇠붙이 냄새나는 총을 든 사냥꾼을 만나면 달라집니다. 잔혹한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