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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경험. 김형경책을읽다 2016. 8. 19. 09:59
사람은 어떤 한 가지 감정으로 살아갈 수 없다. 공감은 좌절되고, 사랑은 이별을 수반하고, 희망은 실패를 품고 있다. 좋고 나쁨이 빛과 그림자로 함께 하는데 이 모두를 끌어 안을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22쪽)
사실 인간은 누구나 똑같은 감정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인체가 저마다 다른 외형을 띠고 있어도 수분, 단백질, 지방, 무기질 등 동일한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듯이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감성요소들은 동일한데 저마다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해 어떤 감정은 숨기고 어떤 감정은 발달시키면서 특유의 성격이라는 것을 갖게 된다. 성격은 타고 나는 게 아니라 생애 초기에 만들어 가진 생존법인 셈이다.(29쪽)
독서는 한 사람의 정신영역을 풍부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내면공간에 경험, 지혜, 인물들을 무수히 간직할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독서는 무의식적 심리치유 작업을 돕는다. (30쪽)
자기 성찰이란 자기의 감정, 생각, 행동을 현재시점에서 알아차리는 일이다. 내면을 비추어 보며 책을 읽을 때 책속사례, 설명들이 마음에 일으키는 울림을 알아차리는 행위를 ‘성찰하는 책 읽기’라 명명했다.(33쪽)
“독서 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자기 생각에 무수히 많은 오류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소중히 여겨온 삶의 가치들이 잘못된 인식 위에 서 있다는 사실도 알아차린다. 다른 사람이 꺼내 놓는 삶의 이야기에서 사유의 외연을 넓히고, 타인의 경험에서 구체적인 삶의 지혜를 얻는다.” (56쪽)
책 몇 권 읽었다고 순식간에 마음의 불편이 사라지고 평화로운 날들이 도래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책을 읽는 그 순간부터 힘든 시간을 통과해야 한다는 각오를 하는 게 좋다. 외면해 두었던 자기마음을 세밀하게 알아차리기 시작하면 부끄럽고 고통스러운 마음이 더 많이 생긴다. 내가 인생을 헛살았구나, 그 긴 생을 낭비했구나 생각되는 시점부터 불편이 시작된다.(66쪽)
자신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소망과 결핍이 점검되고 나면 이전에 맺었던 관계들이 불편해 지는 경험도 찾아온다. 예전에 어울렸던 친구들과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어울리는 일이 무의미하게 여겨진다. 그 행위에 깃든 파괴성향이나 의존성이 환하게 보일 때마다 부끄러워지면서 관계에 변화가 찾아온다. 새로운 동일시 대상을 찾아 새로운 성장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생긴다. 동시에 지난 관계들을 포기하고 떠나는 행위에 대한 죄의식도 경험한다. 그 모든 감정들을 그저 경험하면서 묵묵히 나아간다.(73쪽)
글을 쓴다는 것은 말하는 것과 다른 영역의 의식경험이다. 그것은 의식의 몰입상태나 마음의 깊이에서 차이가 난다. 이야기를 할 때는 의식의 가장 위층 혹은 그 바로 아래층에서 머물러도 소통이 가능하다. 하지만 글을 쓸 때는 최소한 의식의 지하3층쯤으로 내려가서 출발한다. 글을 쓸수록 지하4층, 5층으로 더 깊이 내려가는 작업이다. 경험이 의식을 거쳐 의미화 된 다음에야 그것이 글로 표현될 수 있는데, 경험의 의미를 알아차리는 작업이 지하3층 이하의 의식에서만 일어나기 때문이다. 논리를 전개하는 글 뿐 아니라 감정을 표현하는 글조차 경험한 것에 대해 이름을 붙일 수 있을 정도의 의미를 확보해야 글로 표현 할 수 있다.(77~78쪽)
정신분석적 심리치료에서 장기치료는 6년에서 7년 정도를 잡는다. 아이가 태어나 첫 3년까지는 자아가 만들어지고 자기개념을 갖게 되고, 그 이후 3년 동안은 관계 맺기를 배운다. 그런다음 아이는 초등학교에 들어가 사화생활을 시작한다. 성격의 변화까지 꾀하는 장기치료는 6,7년 정도를 예상하고 진행된다.(89쪽)
단언컨대 아름답고 행복한 인생은 없다. 누구의 삶이나 그 속살을 열어보면 피를 철철 흘리고 있다는 게 생의 첫 번째 조건이다. 생에 대한 환상이 많은 이들은 타인의 성취 뒤에는 무수히 많은 좌절과 인내,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은 볼 줄 모른 채 겉으로 드러나는 좋은 면만 부러워한다.(100쪽)
젊음은 본래 혼돈과 미숙함의 시기에서 가만히 있어도 삶이 어렵다. 불안감이 많은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을 믿고 지지해 줄줄도 모른다. 객관적으로 사회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처해 있기도 하다.(101쪽)
운동을 해 본 사람들은 체력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알고 있다. 신체가 감당할 수 있는 임계점까지 고통이 느껴지도록 몸을 훈련해야 체력의 한계를 조금씩 넘어설 수 있다. 가슴이 뻐근해 질 때까지 달린 다음에야 폐활량이 커지고, 근력이 타는듯 한 고통이 지나간 다음에야 근력이 는다. 고통스러운 지점을 돌파하지 않고 몸이 편안한 상태에서만 운동하면 현상유지는 될지 몰라도 체력의 새로운 지평으로 나아갈 수 없다. 정신에 대해서도 똑같은 이론이 적용된다. 인간의 정신도 고통이나 시련을 통해서 성장한다. 힘들고 아파서 꼭 죽을 것 같은 지점을 넘어서야만 정서의 폐활량도 커지고 마음의 근력도 는다.(128~129쪽)
“경험과 감정, 체험과 정서를 얼마나 내면에 간직해둘 수 있느냐에 따라 정신의 역량과 풍요로움이 달라진다. 내면에 간직된 경험만이 황금으로 변할 수 있다. 경험과 기억이 섞일 때 통찰이 생기고, 감각과 상상력이 결합되어 창의성이 발현된다.”(136쪽)
“부모가 해결하지 못한 감정의 문제들이 고스란히 자녀에게 대물림된다는 사실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가 이해하는 감정의 전달 방식은‘ 동일시’이다. 부모가 세상 그 자체인 시기에 아이들은 부모 행동을 고스란히 흡수하듯 배운다.” (145쪽)
“진정한 생의 에너지는 이타성에서 나온다고 한다. 이타적인 유전자가 인류를 살아남게 한다는 진화심리학자들의 연구, 사랑이 가장 힘이 세다고 제안하는 세계 종교의 지혜가 그 명제를 뒷받침한다.” (165쪽)
“용기(courage)라는 단어는 심장(coeur)을 뜻하는 프랑스어에 어원을 두고 있다고 한다. 심장이 뇌와 팔다리로 피를 보냄으로써 신체 기관이 작동하도록 하듯 용기는 정신의 모든 미덕이 가능하도록 하는 근원이다. 용기가 없다면 삶의 가치들을 실천하거나 이행할 수 없다. 우리가 한 걸음 성장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도 용기이다.” (173~174쪽)
“인간은 누구나 자기가 경험한 것만을 내면화시켜 자신의 일부로 만들 수 있으며, 내면에 있는 자질만을 타인에게 건네줄 수 있다는 것을.” (266쪽)
나도 모르게 몰입이 되는 책이 있다. 김형경 작가의 책이 그렇다. 작가의 심리치유 에세이 천개의 공감, 사람풍경, 좋은 이별, 만가지행동, 남자를 위하여 를 모두 몰입하여 읽었다. 작가가 내 속을 다 들여다보고 있다. 본격적으로 독서하면서 세상이 불편해지고 내가 잘못 살아왔구나 싶어 몹시 괴로워했던 경험. 그러다 보니 알고 지내던 지인들도 만나기 싫어지면서 외톨이가 되어갔다. 물질의 욕망에 젖어 온몸이 썩는줄도 모르고 돈 돈 돈 하는 그들을 만나서 보낸 시간들이 허송세월이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줄도 모르고 똑똑한 체 하고 살아왔던 것이 부끄럽다.
읽는 책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점점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자괴감 때문에 괴로워했다. 독서의 근력이 쌓이면서 오는 부끄러움이다. 내 자아가 살아나기 시작한 것일게다. 고통 없이 얻는 게 있을까. 사실 세상이치는 단순한데 남들보다 잘 살겠다는 욕망이 삶을 피폐하게 한다. 작가는 말한다. 단언컨대 아름답고 행복한 인생은 하나도 없다고. 그렇다 삶은 고통을 넘어서는 과정일 것이다. 그 고통을 넘는 과정이 그 사람의 인생이다. 고통의 임계점을 넘어 삶의 소중함을 만깍하자. 작가는 소설가다 정신과 의사보다 더 다정히 설명해주는 심리분석 심리에세이, 누구든 읽으면 마음이 울컥해지면서 따뜻해지고 용기를 얻게 된다. 작가의 책은 내 내면을 비추어 주는 거울로 인도하는 길라잡이다. 저자의 소설도 읽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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