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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산위에 오래 머물지 못 한다 양성우 산봉우리에서 산봉우리로 가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바닥에서부터 오르는 법이다 때로는 걸려 넘어지고 깊은 수풀 속에서 길을 잃기도 한다 처음엔 어느 골짜기나 다 낯설다 그렇지만 우연히 선한 사람을 만나서 함께 가는 곳이라면 아무것도 ..
잘난 자식, 못난 자식, 결혼하고 변한 자식, 저만 아는 나쁜 자식, 바보처럼 착하기만 한 자식, 안 낳았으면 큰일 날 뻔한 자식, 그놈 낳고 미역국 먹은 게 후회되는 자식, 사람구실 못할 줄 알았던 자식, 속 한번 안 썩인 자식, 연락한번 안하는 고얀 자식,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얄미운 자..
에어컨 없이 여름을 났다는 사실은 홀로 느끼고 나만 아는 기억이지만, 세상 앞에서 당당해진다.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문명을 역주행한 이 짜릿한 기분이라니! 강해진 내 모습을 마구마구 자랑하고 싶어진다. 나는 에어컨 없이 생활하면서, 내가 가진 신체의 기능을 최상으로 끌어..
1922년 임술년 개띠 해에 태어나신 내 아버지는 삐뚤삐뚤 당신의 이름만 겨우 쓰시는 반문맹자셨지요. 일제의 식민지배가 막바지에 이르러 기승을 부리던 1940년경엔 근로보국대에 강제징용으로 끌려가 지옥 같은 노동수탈을 당했지요. 근자에 상영된 영화 ‘군함도’를 보고는 꽃 같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