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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탄현, 임진각,오두산전망대. 2019년 6월25일 화요일서울 경기길 2019. 6. 28. 15:08
1922년 임술년 개띠 해에 태어나신 내 아버지는 삐뚤삐뚤 당신의 이름만 겨우 쓰시는 반문맹자셨지요. 일제의 식민지배가 막바지에 이르러 기승을 부리던 1940년경엔 근로보국대에 강제징용으로 끌려가 지옥 같은 노동수탈을 당했지요. 근자에 상영된 영화 ‘군함도’를 보고는 꽃 같은 청춘을 저렇게 보내셨구나 싶어 당신의 굽은 등이 어른거려 가슴이 아팠지요.
해방되던 해인 1945년 봄에 귀국을 해 어머니와 결혼을 하면서 “제 밥그릇 제가 가지고 태어난다.”는 말에 순응하듯 줄줄이 여섯 남매를 생산했지요.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만큼 겨우 연명하는 삶이 돌아가실 때까지 이어졌지만 우직하리만큼 묵묵히 올곧게 사시면서 주어 진 인생에 비굴한 그림자는 손톱만큼도 남기지 않으셨지요.
가난이 지겨워 어쩌다 어머니가 짜증을 부려도 허허 하고 계면쩍어 하시기만 하셨기에 두 분이 큰소리로 싸우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요. 주정을 부리시거나 이웃과 언성을 높여 다투는 법도 없었고 새벽같이 일어나 무얼 하시던지 게으름 부리는 일도 없었지요. 이런 아버지를 둔 우리 여섯 남매 모두는 참 좋은 아버지로 가슴에 깊이 새기고 있지요.
간암으로 투병 하시다가 겨우 환갑을 넘기신 1984년 유월에 한 많은 세상을 버리셔서 건강하게 성장한 자식들의 효도 한 번 제대로 받아보지 못하셨지요. 그런 내 아버지 34주기 기일에 파주 탄현 공원묘원에 잠들어 계시는 묘소에서 송구하게도 당신의 삶보다 더 긴 인생을 살고 있는 자식들이 아버지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성묘로 달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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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69년 전 6.25 한국전쟁이 났던 기념일이어서 분단의 아픔이 서려있는 임진각과 오두산전망대를 둘러보면서 참혹한 동족상잔의 세월을 보낸 내 아버지 세대의 아픔도 함께 새겨보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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