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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라디오. 정혜윤책을읽다 2016. 9. 22. 11:20
“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곤 했어. 어떤 고생을 했냐고? 누구에게 물어봐도 살면서 고생한번 안 했다는 사람은 아직까지 만나본적이 없어. 태어나서 고생하지 않은 인간은 없는 것 같아. 태어날 때 응애 우는 것 그건 고생스러울 걸 알고 우는 거잖아. 사람들이 무엇을 위해서 왜 고생하는지 보면 그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어. 나는 이제 나 죽고 없어도 저 사람이 고생 덜 하면서 잘 살 수 있게(...) 나는 저 사람 만나서 사람답게 사는 게 뭔지 알게 되었어. 바다는 내가 일하는 곳, 내 직장, 내 삶의 터전, 내가 내 자유를 지키는 곳이었는데 둘이서 하니까 놀이터가 되더라고, 맘 맞는 사람이랑 둘이 서 있으니까 일터가 놀이터가 되기도 하더라고, 그게 사람답게 사는 거더라고.”(75쪽)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잡고 티 없이 살라 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세월은 나를 보고 덧없다 하지 말고 우주는 나를 보고 곳 없다 하지 않네.
번뇌도 벗어놓고 욕심도 벗어놓고 강같이 구름같이 말없이 가라하네.(201쪽)
사람들은 내게 말하지, 책을 무척 좋아하시는군요. 맞아, 책을 좋아해, 내게 책을 읽지 않는 것은 세수를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야. 몇날 며칠 씻지 않고 견딜 수 없는 것처럼 며칠 책을 읽지 않으면 영혼에 때가 끼고 가려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려움증을 앓지, 난 벅벅 긁듯이 책을 읽어.(219쪽)
경숙이 언니는 체구도 작고 만날 아파서 병원에 다녀요. 경숙이 언니는 야채장수에 불과해요. 하지만 저는 인생에서 사회적 지위가 중요하다고 생각지 않아요. 이룬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지 않아요. 저는 우리들이 살면서 부끄러운 일을 저지르고 산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는 그것을 하지 않게 만들어 주는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경숙이 언니는 배움은 짧지만 인생에 대해 아는 게 많아요.(...) 내가 힘들다고 하면 이렇게 말해줘요. 상대방 입장에 서서 한번 생각해볼래? 그녀랑 있으면 평온해져요. 그게 살아가는 것을 쉽게 해주진 않아요. 하지만 살아가는 것을 괜찮게 여기게 해줘요.
누구나 소득 지출만으로는 살 수가 없지, 제3의 것이 필요하지, 자식이기도 하고, 우정이기도 하고, 사랑이기도 하고, 동료애이기도 하고, 인정이기도 하고...(3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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