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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원효사~꼬막재~규봉~장불재~서석대~중봉~중머리재~서인봉~새인봉~증심사집단시설지구)16년12월25일전라길 2016. 12. 26. 15:03
저는 우리나라 산 이름 중에서 무등산을 좋아하지요. 그런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올 때마다 무등산은 참 편안하게 느껴집디다. 길이 잘 나있기도 하거니와 부드러운 능선과 봉우리마다 우뚝 서 있는 주상절리는 어느 방향에서든 친근한 길잡이가 돼 주어서 길 잃을 염려도 없고 도심에 자리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뒷동산 오르듯 벅적여서인지 천고지가 넘는 큰산이지만 우리집 뒤 마실 나온 기분이 들지요.
無等은 ‘이보다 더할 나위가 없다’는 뜻이지요. '등수를 매겨서 차별을 두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구요. 그러해서인지 무등의 정기가 서린 빛고을 광주는 일제강점기 광주학생운동에서 부터 518민주항쟁에 이르기까지 民主聖地이기도 하지요. 정상인 천왕봉을 비롯 지왕봉 인왕봉과 서석대 광석대 입석대 장불재 중머리재 꼬막재 바람재 늦재... 봉우리와 고갯길 이름도 無等스러워 더더욱 친근하지요.
석불암을 지나 지공너덜 길 따스한 햇볕이 비치는 양지바른 곳에 내 나이만큼이나 늙수그레한 분이 지나가는 우리에게 막걸리 한잔 하라고 강권하더군요. 사양하였지만 권하는 맘이 거절할 수 없을 정도로 진정이여서 조금만 달라고 하였는데도 넘치도록 잔을 채워주어서 우리일행은 마다하지 않고 목을 축였지요. “전라도 인심 참 좋치라. 즐겁게 놀다가시요잉.”하시더군요.
산행이 끝나고 날머리 주차장 옆자리에서 뒤풀이 하던 산악회의 또 다른 늙수그레한 분이 “이거 부산 어묵이라예 많이 드이소” 하면서 따뜻한 오뎅국을 커다란 왕사발에 푸짐하게 담아 막 날라다 주어서 이게 또 무슨 일인고 하였더니 우리 총무님이 버너를 빌려준 것이 고마워서 그들이 먹을 음식을 나눔으로 정을 표한 거였지요.
이렇게 산에서는 젊은이들보담 특별할 것도 없는 늙수그레한 사람들의 정이 넘쳐나지요. 말에 인색한 사람들도 오가면서 마주치면 ‘안녕하세요. 수고하십니다. 고맙습니다.“ 라는 말이 일상어가 된지 오래지요.
“주는 것이 받는 것 보다 복이 있다” 말씀하신 예수님이 이 세상에 구원의 빛으로 오신 성탄절 날, 나는 하루 종일 받는 사람이 되어 부끄러웠습니다. 가만히 생각하니 일년내내 주지는 못하고 받기만 하였던 거지요. 내년엔 주는 사람으로 복을 받아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만, 글쎄요 그게 잘 될까 싶지않습니다. 벌써 복을 받아야겠다고 했으니 말입니다...^^
이 작은 블로그를 방문해 주신 님들, 인류를 사랑하셔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은총과 부처님의 자비가 가정과 일터공동체에 함께하시고 더불어 세상인심이 이보다 더할 나위가 없는, 그래서 모두가 차별없이 잘 사는 無等無等한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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