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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영산(곡강마을~선녀봉~<팔영1~8봉>~깃대봉~남포미술관)/마복산.17년4월8일 토요일전라길 2017. 4. 11. 10:45
꽃은 피고요
햇빛은 빛나고요
검고 무거운 구두는
어디 그늘진 곳에라도 벗어놓고요
꽃피는 나무 밑에서
우리 입 맞추어요
꽃은 지고요
날은 저물고 말지요.
장석주 시인의 시 "꽃나무 밑에서의 입맞춤“ 입니다.
봄이면 흔들리는 마음 주체할 수 없어 떠나지요. 자연의 변화를 관찰하는 즐거움은 산행인에겐 저절로 찾아오는 축복이자 행운이지요. 잿빛이던 초목이 계절을 쫓아 어김없이 연초록 연분홍으로 요술을 부려 순수의 시대를 여는 봄을 가져다주지요. 그 연인에게 입 맞추러 흔들리는 버스에서 깨다 들다 선잠을 마다않고 밤새 천리 길을 내달려가는 거지요...^~^
또 한편의 시를 볼까요? 이병초 시인의 “봄밤”입니다.
공장에서 일 끝낸 형들, 누님들이 둘씩 셋씩 짝을 지어 학산 뽕나무밭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창수 형이 느닷없이 앞에다 대고 “야 이년들아, 내 고구마 좀 쪄도라!” 하고 고함을 질러댑니다. 깔깔대던 누님들의 웃음소리가 딱 그칩니다. 옥근이 형 민석이 형도 “내 껏도 쪄도라, 내껏도 좀 쪄도라.” 킬킬대고 그러거나 말거나 누님들은 다시 깔깔대기 시작합니다. “야 이 호박씨덜아, 내 고구마 좀 쪄도랑께!” 금방 쫓아 갈 듯이 창수 형이 다시 목가래톳을 세우며 우두두두두 발걸음 빨라지는 소리를 냅니다. 또동또동한 누님 하나가 홱 돌아서서 “니미 솥으다 쪄라, 니미 솥으다 쪄라” 이러고는 까르르 저만치 달아납니다. 초저녁 별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반짝반짝 반짝이고만 있었습니다.
마을 어귀에서 형들이 누나들에게 春情을 이기지 못하여 수작을 걸던 고향의 봄 풍경을 그 곳이 어디든 이리도 잘 그렸을까요. 나이를 더해도 달라지지 않는 건 어릴 적 마음이라 하지요.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만나고 그리워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그리워하고 싶은 봄이 왔네요. 춘정을 찾아 꽃피는 나무 밑에서 입 맞추고 싶은 그런 봄이 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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