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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륜산(쇠노재~위봉~투구봉~두륜봉~가련봉~노승봉~오심재~천년수~표충사~대흥사~유선장여관) 16년11월12일전라길 2016. 11. 13. 20:49
은하의 중심에서 강력한 중력으로 인해 입자나 전자기 복사를 비롯한 그 무엇도 빠져나올 수 없는 시공간 영역을 블랙홀이라 하지요. 초유의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너 나 할 것 없이 국민 모두가 멘붕 블랙홀에 빠졌네요. 소설이나 영화보다 더 재밌는(?) 듣도 보도 못한 스토리에 정신이 팔려서인지 서점에선 책이 팔리지 않아 출판사들이 전전긍긍한다고 하네요. 분노를 넘어 허탈감마저 엄습해와 일상의 흐름이 무너져 내림을 절감하고 있는 혼용무도(昏庸無道)의 세월입니다.
그래도 밤새 달려와 일출의 붉은 여명을 맞이하고 만만찮은 투구봉 두륜봉 암릉길을 세미클라이밍 등반으로 어지러운 세상의 블랙홀에서 한 순간 벗어나 머리가 맑아졌습니다. 경험상 이맘때가 되면 이 곳 산행지엔 산행인과 행락인들로 몸살을 앓았을 때인데 엄청난 블랙홀 시국과 서울 광화문 시민광장에서의 대규모 촛불집회 덕분인지 한산하고 넉넉한 가을길을 걸었습니다.
가련봉 노승봉 암릉구간은 데크 계단길로 정비를 해 놓아서 스릴감이 덜 하여 아쉬웠지만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선생과 깊은 교류를 하였고 詩,書,畵,茶에 뛰어나 우리나라의 茶道를 정립하였으며 남종화의 거두인 소치 허유를 길러냈던 초의선사가 40년동안 안착했던 일지암과 천년 고찰 대흥사 길은 아직도 님의 채취가 구석구석 스며있어 옷깃을 여몄지요. 산행길 끝자락엔 옛주막의 정서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유선관에서의 파전과 막걸리 두어잔의 여흥도 달콤했던 하루였네요.
인류의 역사에서도 보통의 이성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권력자들의 부정과 폭정은 허다하여서 맹자의 성선설이 가당키나 하는가 하는 인간의 근본에 대해 회의를 가지게 되지요. 그렇지만 어쩌겠습니까. 진보와 보수 지역감정을 떠나 국민 모두가 한마음이 된 이런 때에 법륜스님은 오히려 “지역주의 붕괴가 가속화됐고, 국민의 사회비판 의식을 일깨운 측면이 있지 않느냐.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이 역경을 헤쳐 나가자”고 발상의 전환을 제안하셨듯이 이 기회에 계층간의 갈등과 금수저 흙수저란 서글픈말이 사라지는 계기가 되도록 이 저리고 아픈 세월을 잘 견뎌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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