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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병풍산,삼인산(송정~천자봉~병풍산~투구봉~만남재~삼인산~대방저수지)16년7월9일전라길 2016. 7. 11. 13:57
“우리 유전자에는 낯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새겨져 있다죠. 낯선 사람이 곧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원시시대부터 존재해 왔다고 합니다. 낯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히 살아있지만, 낯선 사람과 마주치는 일상을 피할 수는 없지요. 그리고 그 낯선 사람, 처음 보는 사람들 중에 몇몇은 우리 삶으로 들어와 특별하고 소중한 사람들이 되기도 하지요. 낯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은 어쩌면 인류의 장점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낯설어서 두렵기도 하지만 낯설어서 예의를 갖추기도 하고 기분 좋은 긴장감을 공유하기도 하겠죠. 가끔은 아주 친숙한 사람을 낯설게 보는 일도 필요하고 낯선 사람을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일도 필요하겠다 싶습니다.”
2016년5월20일 즐겨듣는 kbs클래식 '세상의 모든 음악' 방송 진행자의 시작멘트다. 다감한 남성 진행자의 목소리가 어찌나 정감 있게 들리든지 적어 두었다.
어릴 때는 초면에도 금방 친구가 되고 낄낄대며 어울리지만, 나이 들고 주름이 깊어질수록 낯선 이에게 다가가기는 쉽지가 않다. 매 주말 안내산악회에 몸을 실어 떠나는 지방산행이 이젠 1년8개월째다. 편리하고 경제적이어서 즐거이 참석하다보니, 자주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 친해져서 먹거리도 나누고 얘기도 건넨다, 보이지 않으면 궁금하기도 하여 사람의 정이라는 게 보는데서 나는구나 싶다. 이해관계가 없어서 더 편하다. 가까울수록 상처도 많이 주고받는다 하지 않는가.
더운 날씨였다. 10키로미터 남짓 산행길인데 천자봉을 오르고 병풍산 투구봉 만남재를 지나 마지막 삼인산을 오를 땐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고 이를 악물고 걸었다. 여름엔 또 이 맛에 걷는 것이다. 다섯 시간 만에 산행을 마감하였다. 좁은 계곡이지만 옷을 입은 채로 풍덩 뛰어들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분이 수박을 내어놓아 모두들 맛있게 갈증을 달랬다. 매일매일 만나는 낯선 이들, 살아있는 동안 없어서는 안 될 참으로 소중한 이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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