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기율표. 프리모 레비책을읽다 2016. 7. 6. 10:17
인간은 반인반마의 켄타로우스와 같은 존재, 영혼과 육신, 성령과 먼지가 한데 뭉친 존재이기 때문이다. 유대 민족은 흩어진 후 오랜 세월 동안 슬픔 속에서 그러한 모순을 살아왔다. 하지만 그들은 거기에서 지혜와 웃음도 끌어냈다. 이 웃음은 사실 성서와 예언서에는 없는 것이다.(16쪽)
여러분은 어느 순간부터 이것이 화학 논문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나의 주제넘음이 그 정도에 이르지 못했다. "내 목소리는 약하고 심지어 약간은 세속적이기까지 합니다." 모든 글쓰기, 뿐만 아니라 인간의 모든 작품이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적이고 상징적인 의미가 아니라면, 그렇다고 자서전도 아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역사라고 할 수 있다. (325쪽)
이것은 작은 역사다(그렇게 되길 바란다). 어떤 직업과 그 직업에서의 실패와 성공, 불행의 역사며 자신이 평생 하던 일을 곧 끝내야 한다고 느낄 때. 기술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때, 누구든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그런 역사다. (326쪽)
프리모 레비는 (1919.7.31~1987.4.11) 이탈리아계 유대인으로 화학자이자 작가이다. 아우슈비츠 생존자로서 그 경험을 쓴 '이것이 인간인가' 가 대표작이며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주기율은 원소의 화학적 성질이 원소의 일정한 순서(대략 원자량이 증가하는 순서)에 따라 주기적으로 변화한다는 법칙을 말하며, 주기율표는 이것을 표로 나타낸 것이다.
책은 그러한 주기율에 대한 해설서가 아니라 작가의 삶을 21개의 원소에 비견하여 서술한 자서전이며 허구로 구성된 픽션도 있다. 유대인의 고뇌라기 보다는 화학자로서의 정체성을 통해서 삶을 조용하게 일기 쓰듯 기록한 에세이 이기도하다. 흥미있고 재밌게 읽혀지지는 않지만 2차 세계대전의 시대적 변환기에 죽음까지 갔던 극적인 과정을 가지고 있는 고뇌하는 한 지식인의 삶 속을 깊숙히 들여다 보는 지적 감흥이 가볍지 않다.
'책을읽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먹는 법. 김이경 (0) 2016.07.07 오래된 연장통. 전중환 (0) 2016.07.07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데이비드 실즈. (0) 2016.07.04 소년이 온다. 한강 장편소설 (0) 2016.07.04 순례자의 책. 김이경 단편소설. (0) 2016.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