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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의 책. 김이경 단편소설.책을읽다 2016. 7. 2. 13:31
정복지의 책을 태우고 약탈한 로마인, 아스텍과 마야의 책을 말살한 에스파냐인, 이슬람의 도서관을 잿더미로 만든 몽골군과 아시아를 침략하고 책을 훔쳐간 근대 제국주의 국가들까지. 자신이 정벌한 지역의 책을 불태우고 약탈한 정복자들은 한둘이 아닙니다. (...) 얼마 전 이라크를 폭격해서 지혜의 전당과 국립도서관을 파괴한 미국도 있지요.(249쪽)
1992년 8월 세르비아군은 사라예보 국립도서관과 대학도서관을 목표로 소이탄을 쐈습니다. 사흘 동안 계속된 폭격으로 150만 권의 책들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중 15만 권은 고대로부터 전해진 희귀본과 필사본들이었습니다. 카라지치는 보스니아를 무너뜨리기 위해선 그 정신을 죽여야 하고, 그건 바로 도서관을 파괴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지요.(250쪽)
책을 읽는 문명인들은 책 같은 건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을 야만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역사가 증명하듯이, 진짜 끔찍한 야만을 저지른 자들은 문명인들이었죠.(252쪽)
인간이 문자를 만들어 기록하기 시작한 것이 6,000년전이라고 합니다.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사이에 있는 메소포타미아가 발상지였지요. 그러면 책도 그때 거기서 시작된 걸까요? 글쎄요, 어떤 목적과 의미를 담아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 책이라면, 책의 역사는 훨씬 더 전, 적어도 지금부터 2만 몇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겁니다.(274쪽)
김이경 작가의 첫 단편소설집이다. 목록의 순서대로 창작의 작은 이야기 뒤에 해설을 곁들인, 책의 역사와 수난등 다양한 책의 근원과 고난에 얽힌 문명과 반문명의 궤적을 재미있게 서술했다. 알기쉽게 금방 읽힌다. 책을 통하여 보는 인류의 잔인한 역사가 이토록 지루하지 않고 알차게 표현 할 수 있다니 저자의 다정다감하고도 깊은 필력이 놀랍다. 저자의 최근 저서' 책 먹는법'을 비롯 모두를 읽어보아야 겠다는 마음이 들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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