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봉..소금강 16년2월14일 산행강원길 2016. 2. 15. 19:40
꽤 오래전 전원일기의 국민배우 김혜자 씨가 대담프로에서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가겠는냐고 묻자 그녀 특유의 착착 감기는 말투로 “아유 안가 그 쌩고생을 내가 왜 또 해?” 하던 말이 지워지지 않고 가끔 생각납니다. 지난 시절은 고생했던 것도 그립고 좋았던 것처럼 기억되지만 막상 젊음을 되돌려 준다 해도 실제로는 그때의 그 고생을 다시 경험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엔 아하 그렇구나 하고 동감했었던 적이 있었지요.
싱싱하고 풋풋한 젊은이들을 볼 땐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 하고 부러워하고 그 때가 참 좋았다고 하지만 실상은 생존하기 위하여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내 정체성을 상실한 채 양심을 묻어두고 세속과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왔던 시간들이 후회스럽고 끔찍하여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더군요.
그렇다고 이순의 나이를 넘어선 지금이 좋으냐고 물으면 그렇다 라고 선뜻 대답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욕망의 노예가 되어 살았던 지난삶이 천박하고 참 시시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이젠 사람답게 살아보자 하고 매번 되 뇌이고 실천해 보려고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네요. 특별하지도 않겠지만 내가 가진 재능이 무엇일까? 숨어있는 그 재능을 찾아내고 연마하여 그로 말미암아 품어져 나오는 아주 작은 에너지만이라도 이웃들과 나눔으로 인생을 채워 보아야겠다고 애 쓰고 있을 따름이지요.
늙기 시작하는 첫 시기를 初老라 하고 대략 50세 전후가 되겠지요. 이 초로의 시기를 잘 보내면 인생의 후반부는 소싯적보다 훨씬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첫 번째가 건강을 지키는 것이겠지요. 몸을 쓰는 산행인들의 모습을 가만히 보면 그 얼굴들이 하나같이 맑고 동안임을 알 수 있지요. 무의식중에 낯설지 않는 내 본향인 자연 속에서 나를 찾을 수 있고 그럼으로 끝없는 욕망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노인봉은 옛날에 마음씨 착한 심마니가 산삼을 캐러왔다가 이곳에서 졸던 중 꿈에 백발의 노인이 나타나서 ‘이 근처에 무밭이 있으니 거기 가서 무를 캐거라.’ 하였는데 알려준 곳으로 갔더니 정말로 오래된 산삼 수십 뿌리가 자라고 있어서 부자가 되었다는 설화에 근거하여 노인봉이라 지어졌다고 합니다.
늙은 사람이 착하게 살아가는 젊은 심마니에게 복을 줬다는 산, 노인봉 산행을 하면서 젊은이들에게 꼰대라는 비아냥을 듣지 않는 늙음의 지혜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강원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파랑길(안인해변~괘방산~정동진) (0) 2016.03.07 연천 고대산 ~ 철원 금학산 2016년2월20일 토요일산행 (0) 2016.02.22 정선 상원산,옥갑산(구절리~상원산~옥갑산~상,하옥갑사~아우라지소공원)16년1월31일산행 (0) 2016.02.01 두위봉,백운산(박심고개~백운산<마천봉>~마운틴탑~꽃꺽기재~주목능선~사북정상~두위봉~철쭉군락~신동정상~아라리재~자미원역)16년1월9일산행 (0) 2016.01.10 민둥산(증산초교~민둥산~설암~신선대~비선대~몰운대)15년10월18일산행 (0) 2015.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