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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무학산(만날고개~대곡산~무학산~석봉암~교방동)15년11월15일산행.경상길 2015. 11. 16. 15:23
청소만큼 하기 싫은 일이 있을까요? 열심히 해도 표시나지 않고 힘만들지요.
저의 집에서는 제가 전속 청소 담당입니다. 제 아내는 무던해서 그런지 별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니 정돈되어 있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어하는 제가 목마른 놈이 샘 판다는 심정으로 도맡아 하게 되더군요. 아들놈 하나가 동거하고 있지만 제방청소도 잘 하지 않아 잔소리를 해 보았지만 먹혀들지 않아서 자연스레 청소는 제 몫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세 식구가 사는데도 며칠만 게으름을 피우면 금방 어질러지지요. 청소는 해도 해도 끝이 없지요. 깨끗하게 해 놨다 싶은데도 금방 더러워져 있고.. 청소기와 물걸레질을 하고 집기들을 정돈하는 행위를 이틀에 한 번씩 반복하는데 이 나이에 내가 이렇게 무의미한 일을 계속해야 되나 하는 기분이 들 때도 있지요.
시지포스의 신화를 아시지요? 산꼭대기 까지 바위를 밀고 올라가면 그 바위가 굴러 떨어져 다시 제자리서부터 밀고 올라가야하는 일을 영원히 반복해야 하는 신화 이야기이죠.
가만히 생각하면 저의 청소가 시지포즈 이야기와 같은 게 아닌가 하고 생각 되더군요.
그런데요 우리의 일상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생존을 위하여 아침이면 출근해서 저녁이면 퇴근하고 각자마다의 습관대로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잖아요. 그렇다면 매주말 산행도 따지고 보면 같은 행위의 반복이지요? 스트레스를 산행이라는 청소로 말끔히 해버림으로 맑은 정신과 몸을 가지고 다시 세상에서의 삶을 살게 되는... 그러고 보면 청소는 무의미한 일이 아니라 아주 생산적인 행위라 할 수 있겠네요.
일본의 실천하는 지성 우치다 타츠루는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의 저서에서 “청소야말로 인간을 철들게 하는 최고의 수행법”이며 “우리가 지금 당연한 듯이 여기고 살아가는 문명적인 공간은 누군가가 필사적으로 무질서를 세계 밖으로 몰아내준 덕분이다”.라고 정의 하더군요.. 의미 없어 보이지만 묵묵히 청소를 열심히 하는 시지포스 같은 소시민의 힘 때문에 이 세상이 무너지지 않고 유지되는 것 아닐까요?
까까머리 학창시절 내 고향 남쪽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라 읊은 가고파의 고향 마산의 바다풍경을 볼 수 있었던 무학산 산행... 청소하기에 부족하지 않았던 유쾌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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