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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소승폭포~해피바위~귀때기청봉~상투바위골~장수대)17년10월8일 산행설악산길 2017. 10. 10. 18:25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목이 지쳐 단풍이 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청명한 가을날이 돌아오면 이 땅위에 발붙이고 산다는 일이 즐거워지고 고맙게 여겨져서 학창시절 읊었던 서정주 시인의 ‘푸르른 날’이 저절로 읊어지지요. 잘 사는 게 무엇인지 문명이라 하는 고달픈 잿빛세상에 살다보니, 해와 달이 뜨는지 별은 있는지도 모르게 감성이 무디어져버린 삶이어서, 산행일상을 누리는 게 얼마나 큰 복 인지 이 푸르른 가을날엔 더욱 절감하게 됩니다.
색색의 단풍이 설악에서 빛을 뽐내고 있데요. 빡빡한 일정을 당일에 소화하기 위해 새벽을 앞 당겨 나섰지만, 소승폭포를 지나 세미클라이밍으로 암릉을 오르고 해피바위라 불리는 바위군엔 웃음으로 화답하곤 너덜지대 귀때기청봉을 지나 상투바위골을 단숨에 내달려야 했지요. 연이은 폭포 벼랑길에선 하강순서를 기다리느라 잠시 가을정취를 만끽하는 시간도 가졌지만, 짧은 하룻길 여정이 아쉽기만 했네요.
씩씩하고 건장한 체격의 남정네가 옆자리에 앉았지요. 쪼그만 가방을 등바닥에 껌딱지 처럼 붙인 차림이어서 참 우습다 했지요..^~^ 앞서거니 뒷서거니 걸었지만 한마디도 섞지 않았지요. 여성들은 초면에도 옹달종달 금방 친해지지만, 숫컷들은 경계심 푸는데 시간이 걸린다 하지요. 친구의 권유였고 온라인에서 제 후기글에 댓글을 달았다 해서, 서먹했던 분위기가 한순간 화기애애로 급변해서 귀경길 내내 인연의 끈을 야무지게 또 야무지게 이었지요.
인생은 一期一會, 모든 순간은 생애 단 한 번의 시간이며, 모든 만남은 생애 단 한 번의 인연이라고 하지요. 100만부가 넘게 팔려 베스트셀러가 된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의 봉화사람 전우익 선생도 ‘인생은 선택이 아니라 인연이다’ 고 하셨지요. 그 훌륭하신 선생의 아들이 고향친구라는 봉화 촌사람, 올바르게 살아야겠다고 닉을 <정직>이라 하신 옆자리 산우님과의 인연으로, 시월의 설악단풍 길은 눈이 부시게 푸르른 가을날의 보석이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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