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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악산(덕주골입구~월악삼봉~마애봉~관망바위~895고지~덕주골~덕주사~덕주휴게소)16년12월3일충청길 2016. 12. 5. 12:22
요즘은 자녀를 한둘만 두지요. 낳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지금 오륙십대가 자랄땐 적어도 셋넷, 많게는 여섯일곱, 더 나아가선 여덟아홉 남매가 한 방에서 한 이불을 덮고 올망졸망 살았었지요. 식사 땐 아버지만 따로 상을 차리고 어머니와 우리들은 두레상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밥을 먹으며 티격태격 부대끼면서 커 왔지요. 삶이 고달펐던 시절 혈육의 정은 그렇게 깊어갔지요.
여섯 남매 중 차남인 제가 어릴 때 친구네 집에 놀러 가면 “내 동생 친구 왔네... ”하면서 먹을 것도 챙겨주고 따뜻하게 맞아주는 정겨운 누이의 모습에 많이 부러워했던 적이 있었지요. 누이가 결혼을 하자 자형이 처남~ 처남~ 하면서 용돈까지 쥐어 주는걸 보고는 얼마나 부럽든지 내겐 왜 누나가 없을까 하고 우울해 지기까지 했었지요.
농경에서 산업시대로의 전환기에 살았던 당시의 누이들은 상급학교로 진학하지 못하고 도회로 나가 남동생을 공부시킨 애틋한 이야기가 우리주변엔 허다하지요. 그만큼 '누나'라 하면 어머니 다음으로 진한 핏줄의 정이 서려 있어서 뭔가 뭉클한 감정이 녹아있지요. 누나가 없는 이들은 지금도 누나와 남동생의 정겨운 모습을 보면 부러운 맘이 저와 같으리라 싶습니다.
“참 잘 걸으시네요...” 덕주사를 지난 하산 길 막바지에 말을 건넸지요. “누나 참 잘 걷는다.” 제 얘기에 머뭇머뭇 하다가 동생이 맞장구를 치자 “니가 있어서 그렇지...” 하면서도 동생의 보살핌을 든든하게 여기는 男妹之情을 보았지요. 피는 물보다 진하다 하듯 인생의 끝자락을 향해 달려가는 이즈음엔 혈육의 정 만큼 깊은 정이 있을까 싶어서인지 그 모습이 더 흐뭇해 보입디다.
두어해 동안 참 성실한 남정네구나 하고 눈여겨보았던 산학회 막내 리더 강대장과 그의 누이 얘기입니다. 얼마 전부터 동생의 든든한 어깨에 의지하면서 두런두런 정을 나누는 남매의 모습을 잔잔히 지켜보았지요. 만만찮은 월악산 릿지길에서도 산우님들을 챙기면서 누이를 알뜰히 보살피는 그를 보고 없는 누이 부러움이 또 꿈틀거려서 소회해 보았습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동기간밖에 없다 하지요. 늘 믿음직한 동생이 되어 누이와 함께 깊고 따뜻한 혈육의 정을 내내 이어가시기를 바랍니다. 강대장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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