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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분봉~악휘봉~칠보산.17년6월10일충청길 2017. 7. 2. 16:59
그는 배낭을 가볍게 하고 맨 앞에서 쏜살같이 달린다. 그의 카메라에 잡히려면 죽자 살자 걸어야 해서 내 걸음으로는 턱도 없어 포기한지 오래다. 준족 한 두 사람을 따르게 하여 계획된 코스를 완성하고도 시간이 남으면 더 연장하여 산행 종료시간을 꽉 채워서 날머리에 도착한다. 그래선지 등로를 이탈하는 일도 잦아서 ‘알바왕’으로 회자되지만 명실상부한 축지법 고수로 책임이 막중한 선두대장이다. 그런 그와 얘기를 나누면 한없이 여린 심성을 가진 자연산 소년임을 금새 알게된다.
그는 나와 갑장이다. 내가 알기로는 현업에서 은퇴한 후 걷기 시작하여 산행경력이 일천한데도 젊은이 못지않게 늘그막 산행꽃을 피우고 있다. 덕유산자락 함양이 고향이어서 그 곳 정기를 받아서 일거라고 짐작할 뿐이다. 그는 양주팀을 돌보며 보살피는 인정 베풀기를 즐겨하여 ‘양주수호신’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누구에게나 먼저 인사를 건네며 다정다감함의 미덕을 잃지 않는 넉넉한 품성의 멋쟁이 노신사다.
그의 아내사랑은 진짜다. ‘몸집은 커가지고 그것도 못하냐.’며 아내에게 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살뜰히 보살피는 몸짓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흐뭇하다. 큰그릇에 담아온 참외를 건네는 그의 아내에게 “이 무거운 걸 지고 왔어요?” 하자 “내가 바깥사람 이라서요.” 라고 한 멘트는 피로를 한 방에 날려버린 핵폭탄 위트였다. 그녀가 뒤풀이에서도 당신 것을 나누고 솔선하여 자리를 정리하는 모습은 그가 장가를 잘 갔음이 분명하다. 사람의 매력은 이러하다. 베품이 넘치는 그녀에게 배우는 아이들은 참 좋겠다. 그녀는 현직 초딩 쌤이다.
그들은 동갑네다. 한사람은 대기업에서 잘 나갈 땐 골프광으로 명성을 날렸고 뜻한바 있어 산꾼으로 전향했는데 독실한 기독교인 아내 기도 덕에 천당에 간다는 자부심이 확실한 사람이다. 또 한사람은 땅 재는 기계를 팔아서 먹고사는 일을 하는데도 자신의 인생은 측량하지 못하는지 옆지기를 찾지 못하고 방황타가 연초를 죽도록 사랑하기로 작정한 사람이다. 또 한사람은 소싯적 토목사업으로 전국을 누빈 덕분에 넉넉한 자산을 가지게 되어 늦잠을 자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어서 밤 여가를 즐기며 주말엔 빠짐없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사람이다. 이들은 각각 영남, 충청, 호남인인데도 소띠라는 희한한 이유를 들어 이 자식 저 자식하며 지내다가 그것도 모자라 ‘소발걸음모임’을 결성하여 불알친구보다 더 깊은 우정의 샘을 파고있다.
2010년6월10일 토요일 마분봉 악휘봉 칠보산 산행에서 제 핸드폰 카메라에 잡힌 산우님들의 모습을 그려보았습니다. 핏줄 연줄 학줄과는 상관없이 산이 좋아 산줄의 인연으로 즐거움을 나누는 모습들이 흐뭇했지요. 이게 사람사는 모습이지요. 밥심으로 산다고 하지만 산꾼은 산심으로 살지요. 산우님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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