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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녀의 연쇄독서. 김이경
    책을읽다 2016. 7. 15. 15:29

      술은 술을 부른다고들 합니다. 처음엔 내가 술을 먹지만 이윽고 내안의 술이 술을 불러 나를 먹는다고, 그러니 조심해야 한다고들 합니다. 맞는 말이지만, 제가 저를 부르는 것이 어디 술 뿐이겠습니까? 잠은 잠을 부르고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으며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하지요. 심지어는 책도 그렇습니다. 처음엔 내가 책을 택하지만 언젠가부터 책이 나를 부릅니다. 이 책이 저책을 낳고 한권의 책이 숱한 책들의 도화선이 되어 책에서 책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독서의 연쇄가 일어납니다. 그리하여 책 없이도 어엿하던 이가 책에 들려 세상을 잊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9)

     

      나 또한 내안에 질문이 있을 때 그 질문이 부르는 책을 읽기로 원칙을 삼고 있지만, 실은 툭하면 책에 취해 책이 부르는 책을 읽는 연쇄독서에 탐닉하곤 합니다. 한 책의 꽁무니를 쫓다가 뜻밖의 책을 만나고, 그 책의 뒤를 캐다가 또 다른 책의 앞섭을 들추는 재미가 워낙 쏠쏠한 탓이지요.(10)

     

      맑은 눈으로 한 권의 책을 읽고 그 책이 부른 또 다른 책을 읽으며, 그렇게 독서를 이어가는 내 마음을 읽고, 책을 놓지 못하는 내 욕심을 읽고, 그 욕심들이 놓친 세상을 읽고, 그 세상 속에 사는 나를 읽는 것, 연쇄독서는 거기서 비롯됩니다. 무릇 독서라는 것이 다 그렇듯 말이지요.(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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