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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독서처방. 김이경책을읽다 2016. 7. 15. 14:14
오로지 성공을 위해 안달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성공하고 싶은지를 잊은 성공은 본인은 물론 타인에게는 큰 고역이 됩니다. 남들이 배 아파하는 성공은 부끄러운 것이지 자랑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진짜 성공은 성실히 착하게 살아서 남과 더불어 얻은 성공이라는 것, 그것만 가슴에 새겨도 세상 살기가 이리 팍팍하지는 않을 것 같은 날입니다.
識字憂患이라고, 아는 게 많아질수록 걱정이 늘고 실망이 커지는 건 분명한듯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세상을 아는데서 나아가 세상을 바꾸겠다는 각오가 없다면 책 같은 건 읽지 않는 게 나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랬다간 안 그래도 적은 독서인구가 멸종위기에 놓이겠지요. 그렇다면 책에서 배운 것을 조금이라도 행하겠다는 끝없는 다짐만이라도 약속하면 어떨까요? 책으로 키운 비관을 덜고 희망을 갖기 위해서라도 가끔은 책을 덮고 작은 실천을 하는 것, 책 읽는 이의 아름다운 의무입니다.(261쪽)
사람이 사는 데는 먹이사슬만이 아니라 슬픔의 사슬도 작동합니다. 누군가 아프고 슬픈 일을 겪으면 그 눈물이 돌고 돌아 결국 내 발끝이라도 적시고 마는 게 세상이치입니다. 그러니 모두 무사한 세상에 살려면, ‘엄정한 법질서’보다 먼저 밝은 귀와 맑은 목청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숨죽인 울음소리도 잘 듣는 밝은 귀와 남의 울음을 대신 울어주는 맑은 목청이 있다면, 모르는 이에게 해코지 할 날선 마음도 조금은 덜어지지 않을까요?(277쪽)
태어나면 죽고 만나면 헤어지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세상의 다른 지식은 모두 상대적 이라 해도 이것만은 언제 어디서나 통하는 절대적인 진리이지요. 건강히 살아 갈 때는 죽음이 멀고 만남이 버겁지만, 병이 들고 이별이 가까우면 잊었던 이 진리가 불쑥 다가와 사람을 쓸쓸하게 합니다.(353쪽)
2016년7월8일 교육부 나향욱 정책기획관은 경향신문 기자와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99%의 민중은 개돼지와 같다.’ '그들은 먹고 살게만 해 주면 된다.'라는 말로 온 세상을 경악케 하였다. 행정고시 출신 고위공직자로 승승장구 하던 그는 ‘1%에 들어가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신분제 사회가 돼야한다’라고도 하였다. 오로지 성공을 위해 달려온 그의 인생이 한 순간에 추락하는 모습을 본다. 그의 승승장구는 국민을 위한 공복이 아니라 자신의 성공을 위해 오로지 윗분만을 태양처럼 바라보고 달려드는 불나방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를 1%로로 가는 배에 태웠던 윗분들도 그와 같은 사람들 이 아닐까? 그래서 개돼지가 된 민초들은 분노한다.
그의 성공은 타인은 물론 본인에게도 큰 고통이 돼 버렸다. 비굴하게 기억이 안난다고 변명하는 그의 천박한 얼굴이 외려 애처롭고 측은하다. 그는 책을 읽었을까? 단언컨데 읽지 않았다. 1%가 되기위한 책은 책이 아니다. 빙산의 일각, 사람들은 그이 뿐 아니라 소위 기득권이라 하는 사람 대부분의 감취진 모습이 아닐까 의심한다. 부끄러워서 이 땅에 어찌 살까? 그는 부끄럽지 않다. 개돼지들은 짓다가 말거니까. 저자의 ‘진짜 성공은 성실히 착하게 살아서 남과 더불어 얻은 성공’이라는 글귀가 샛별처럼 빛난다.
독서를 하면 할수록 세상이 불편해 진다. 보이지 않던 쓰레기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이런 세상에 어떻게 살까 가슴이 먹먹해질 때가 있다. 책을 읽지 않았을 때에는 그 쓰레기가 보이지 않았다. 책은 거울이다. 잘못 살아온 것이 보인다. 자꾸자꾸 부끄러워진다. 양심을 버리지 않은 목숨을 건 공부하는 지식인의 삶이 없었다면 우리나라가 이만큼 민주화가 되었을까? 모든 독서인들이 같은 생각이리라. 저자의 말처럼 조그마한 것 하나라도 읽고 배운 대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읽고 내일도 읽는다.
저자의 독서편력은 경계가 없다. 문학 역사 철학을 쉼없이 넘나든다. 한권 한권속의 따뜻한 작가의 감성근력이 부럽다.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생활이 보인다. 세상에 읽는만큼 즐거운 일이 있을까 싶다. 요즘은 어느곳이나 공공도서관이 있어서 보통의 대중이 읽을 수 있는 책들은 거의 다 소장하고 있으니 맘만 먹고 읽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된다. 읽으면 변화된다. 달라지기 시작한다. 한달 두달, 일년 이년, 읽다보면 안 보이던 것이 보여지고, 인간의 욕망이 부질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무엇이 가치있는 삶인지 고뇌하고 시간의 소중함을 알게되어 나도 모르게 고통받는 이들에게 저절로 시선이 가게되는 경험을 안겨준다.
설렘, 사랑, 치유, 희망, 위로, 이별로 분류된 독서처방이 즉효약이다. 필요에 따라 처방된 책을 찾아서 읽으면 무슨책을 읽을까 하던 고민이 훅 날아갈 것이다. 365쪽의 책 한권이 금방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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