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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늘재~청화산~조항산~고모치~마귀할미통시바위~둔덕산삼거리~월령대~용추골)16년6월4일 토경상길 2016. 6. 5. 15:36
사십대였던 홀로 백두대간구간 종주 때 기록한 일기에 98년 6월6일 밤티재 4시 출발, 버리미기재 13시50분에 도착하였다고 써 있다. 정확히 만18년 만에 청화산 조항산 길을 밟았다. 강산이 두번이나 변한 세월이 흐른 다음이라 감개가 무량하였다. 당시엔 펄펄 날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이를 악물고 걸어야되는 걸 보면 이제 늙었구나 싶다.
“맛있는 걸 먹어도 즐겁지 않고, 아름다운 곳에 가도 행복하지 않다면, 작은 일에도 설레는 마음의 운동이 없다면, 떨리거나 날아갈 것 같은 감정의 탄력이 줄어들었다면, 나는 웃고 있는 것 같은데 어디 아프냐고 질문을 받는다면, 노인이 되었다는 신호가 아닐까. (....)
말을 들어먹지 않는 몸과 마음을 가지고 어떻게 해야 끔직해지지 않고 치욕스러워지지 않는지 나는 아직 잘 모른다. 죽음도 자꾸 아는 체 해올 텐데, 그 놈과 친해지는 노하우도 없다. 늙음이 감기 걸린 것 같고, 죽음이 주사 맞듯이 잠깐 따끔한 것이라면 얼마나 좋으랴.
혼자 밥 먹기, 할 일없기, 아무 때나 아프기, 기저귀차기, 아무도 쳐다보지 않고 만나주지도 않는 걸 즐겁게 받아들이기, 젊은이는 모르는 이 새로운 몸, 새로운 마음, 새로운 고독을 외국어 공부하듯이 익혀야지.“ 6월6일자 경향신문에 김기택 시인의 “노인이 되는 방법”이란 글이다.
시인은 57년생으로 예순 살이지요. 나 보다 젊은 분이 이런 글을 쓰나싶어서 흠칫 정독하였다. 산행 후의 회복이 예전 같지 않아서 주변에서 대단하다고 하는 말에 과욕을 부리지는 않을까하는 염려는 있지만 내가 노인이라는 생각은 해보지는 않았다. 현역에서 은퇴한 나이이면 노인인 것을, 평균수명이 길어진 덕분에 받아들이기 싫은 거겠지 싶어서 쓴 웃음을 짓는다. 이제부터 당당하고 겸손한 노인이 되기위하여 下心을 잃지 않고 기역 니은 디귿 공부하듯 세상을 다시 익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Sissel - Going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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