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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산/목포신항세월호/고하도용오름길.18년4월28일전라길 2018. 5. 1. 16:49
“자식을 앞세우고 그러고도 인간이라고 잠을 자고 밥을 꾸역꾸역 먹을 때 온 세상 사람들이 밥이 넘어가느냐고 손가락질 하는 것 같아 그렇게 무섭고 아팠다...” “…참척(慘慽)을 당한 어미에게 하는 조의(弔意)는 그게 아무리 조심스럽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위로일지라도 모진 고문이고 견디기 어려웠다. 그 애 없는 세상의 무의미함도 견디기 어렵거니와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기에 이런 벌을 받나 하는 회답 없는 죄의식과 부끄러움은 더욱 참혹하다….”
우리에게 친숙한 소설가 박완서(1931~2011)는 1988년 26세의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은 슬픔을 이렇게 적었다. 천주교인이었던 선생은 신이 있다면 이럴 수는 없다며 하느님을 원망하며 불교로 개종하겠다고 윽박지르기까지 한다. 이해인 수녀의 위로에 이 아픔은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견디며 사는 것이라고 돌아가실 때까지 힘들어 하셨다.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아픈 말은 자식이 먼저 죽는 ‘참척(慘慽)’이다. 자식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어떤 부모든 차라리 내가 죽었으면 한다. 세월호 참사 팽목항엔 참척의 아픔이 깊이 새겨져 있어 가벼운 웃음조차 조심스럽다. 아무리 큰일도 나와 관계가 없으면 작은일 일뿐이고 아무리 작은일도 내 삶과 가까우면 큰일이 되는 것이 서글픈 인간의 속성이다.
그런 사람일 뿐인 내가 가만히 있다는 게 불편하여서 조금이라도 그 아픔을 나누려는 마음으로 팽목항을 방문 하였다. 수습되지 못한 희생자가 하루속히 가족의 품에 돌아가고 세월호의 진상이 사실대로 밝혀져서 유족들이 참척의 고통을 잘 견디며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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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9월3일 팽목항을 방문했을 때 썼던 글입니다. 이제 시민촛불혁명으로 세상이 바뀌었고 세월호 선체도 목포신항 뭍으로 올라와 진상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참사의 원인이 사실대로 드러난다 한들 참척의 슬픔이 가시기야 하겠습니까마는, 영혼이나마 편히 쉴 수 있게 한 점 의혹없이 밝혀지도록, 살아있음이 부끄러운 우리들 모두가 감당해야겠지요. 예상치 못한 안개일기로 계획했던 곳에 가지 못하여 아쉬웠지만 그게 뭐 대수겠습니까. 언젠가 꼭 가서 슬픔을 같이 해야겠다 마음 먹었던 세월호를 보곤 오히려 잘 됐다 싶었습니다. 유족의 슬픔이 조금이라도 덜어졌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나마 빌어 볼 수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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