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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망산,장사도,우제봉,지심도.18년2월24일경상길 2018. 3. 2. 09:57
20세기가 되기 전까진 거의 모든 사람들은 산책자였지요. 산다는 건 걷는 일에서부터 시작되니까요. 걸으며 일을 하고, 걸어서 배움터에 가고, 걸어서 이웃과 왕래했지요. 걸어서 사색하며, 걸으며 화를 다스리고, 걸으며 넓은 세상에로의 꿈을 키웠지요. 동서양을 불문하고 인류의 위대한 스승들도 모두 걸으면서 지혜를 구했지요. 혹독한 추위와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황사와 미세먼지로 걷기도 쉽지 않은 엄동설한의 날들이었지만, 어느새 비가오고 얼음이 녹는다는 우수가 지나고 따사한 꽃바람이 산책자를 유혹하는 계절이 왔네요.
스무 명 남짓한 일행들이었지만 한 사람 두 사람 혹은 대여섯 사람이 짝을 지어 노자산 가라산 망산으로 각각의 산행길로 새벽을 열었다 한 점에서 다시 모였지요. 뱀이 많다는 장사도와 해금강의 우제봉, 작년에서야 국방부로부터 완전 반환되었다는 지심도에 올랐지요. 울창한 동백터널 숲은 봄의 전령인 듯 애틋한 꽃들을 피워 산책자들을 기다리고 있었지요.가배항 선착장에서 시작한 봄나들이 소주 판은 귀경길이 바쁠 해거름이 되어서야 동백섬 주막 막걸리로 마무리했네요.
62개의 부속섬과 10개의 유인도를 거느린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 대단위 조선 산업단지와 세계최장의 사장교 침매터널 육상터널의 길이 8.2킬로미터의 부산과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가 있는 곳. 겨레의 아픔 한국전쟁 때 이승만 대통령의 반공포로 무조건석방이 국제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켰던 포로수용소가 있는 곳, 김영삼 대통령 생가가 있고, 지금은 기약 없는 영어의 몸이 되었지만 이탈하는 민심에 ‘저도의 추억’이란 그림을 연출하여 빈축을 샀던 길라임님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곳, 거제도.
며칠을 머물면서 역사의 현장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싶은 아쉬움이 컸지만, 하루 동안 바다에서 불어오는 봄바람 맞으며 걷는 산행과, 한 번의 작은 배와 또 한 번의 더 작은 연락선을 타고 동백섬의 산책자가 된 것만 해도 오랫동안 잊지 못할 남녘의 하루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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