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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욕지도(야포~일출봉~망대봉~출렁다리~대기봉~천왕봉~약과봉~욕지항),연화도(선착장~연화분교~연화사~연화봉~용머리~선착장)17년11월25경상길 2017. 11. 27. 13:40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 시인은 그의 시 <방문객>에서 내게 다가오는 사람의 정체성을 어마어마한 일로 가늠하였지요. 그 사람의 몸만 오는 게 아니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에 세월의 풍상에서 그가 겪었을 부서진 마음을 안고 오는 것이기에, 바람이 그의 몸을 더듬듯 내 마음이 그의 바람이 되면 그게 그를 환대하는 것이라 하였지요.
그의 시를 처음 읽었을 때 엄청난 충격을 받았지요. 내가 사람을 얼마나 가볍게 보았던가. 사소한 것에서조차 사람에게 함부로 대했던 내 꼬락서니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만큼 부끄러웠던 거지요. 산다는 건 사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지요. 천지가 진동할 제각각의 어마어마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인생과 인생이 평등하게 만난다는 거지요.
그래서 산전수전 다 겪어서 넓고 깊어진 인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내게 왔으면 좋겠다하고 욕심을 부려보지요. 그렇기에 상대방의 입장에서도 나만큼의 기대를 가진 인생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편협하고 옹졸함이 늙은 콘크리트벽처럼 굳어있어 조금씩 아주 조금씩이라도 그 견고함을 부셔야겠다 다짐하기도 하지요.
그 방편 중 하나가 발로 걷는 여행이고 산행입니다. 그런 출구가 없다면 내 안에 쌓여있는 이기적 노폐물의 압력을 해소하기가 쉽지 않을거라 생각하지요. 그 여정에서 40년,50년,그리고 60년을 넘게 살아온 인생들을 만나다보면, 그래 사는 건 다 거기서 거기야 하고 위로를 받게 되지요.
섬은 산행지라기 보담 바다를 조망하며 걷는 호젓한 여행길이지요. 통영항 시락국, 욕지섬의 해물짬봉, 연화섬에서의 고등어회 그리고 소주와 막걸리... 어마어마한 인생들이 만나서 어마어마한 바다를 벗하며 어마어마하게 노닐고 어마어마하게 웃으며, 어마어마하게 먹고 마시며 서로 서로를 어마어마하게 환대한 따뜻한 남녘의 하루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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