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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덕산(법흥사~연화봉~사자산~문재터널갈림길~당재~작은당재~백덕산~용바위~관음사)18년2월10일강원길 2018. 2. 11. 19:53
백덕산 추억.
애초부터 일곱 시간으론 어림없었지요. 진행자의 산행코스 안내와 늦어도 다섯시까지 하산종료 하라는 당부를 들었지만 추운날씨에 짙은 운무로 시야가 불량한데다 러셀도 해야 하는 한겨울 설산임을 간과하고, 어리석게도 산전수전 다 겪어서 퇴색한 관록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일행을 이탈해서 널목재에서 백덕산까지 걷겠다고 욕심을 부린게 탈이었지요.
사자바위를 지날 즈음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일행과 마주쳤을 땐 배낭에 달린 산악회 표찰을 보고 누군가 “어! 우리 일행이네” 하는 말에 ”러셀 다 해놨습니다.”하고 여유를 부리기도 했지만 문재터널 갈림길를 지날 즈음엔 기운도 떨어지고 시간이 부족하겠다는 느낌이 들어 불안해지기 시작했지요. 당재를 지나고 작은당재에 닿았을 땐 벌써 네 시가 넘어서고 있어서 아쉽지만 1킬로미터 전방의 정상등정을 포기하고 계곡으로 하산길을 잡았지요.
그런데 몇 걸음떼지 않아서부터 온통 눈세상일 뿐 아예 길이 없어 큰일났다 싶었습니다. 랜턴도 없는데다 날은 어두워지고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속에서 정상 등로로 되돌아 가기엔 너무 내려와 버렸고, 이러다가 조난을 당할 수도 있겠구나 싶어 덜컥 겁이 났지요. 보기만 해도 아찔한 벼랑길을 비켜 급사면에 간신히 붙어서 수없이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도.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비호(飛虎)가 되었지요. 으스름 땅거미가 깔리면서부턴 휴대폰이 여러 번 울렸지만 접속이 되지않아 더 죽을 맛이었습니다.
어둠이 산을 모두 삼킨 뒤에야 <이 등산로는 폐쇄합니다>라는 낡은 표지판과 길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 살았구나 하면서도 이 부끄러움의 쪽 팔림을 어찌 감당할까 싶었지요. 얼마나 용을 썼던지 땀에 흠뻑 젖은 몸으로 버스에 오르자 요란한 환성과 박수로 무사귀환을 환영해 주는 일행들에게 머리를 조아렸지만 정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걷기만큼 겸손하고 평등한 일이 어디 있을까요? 걷기엔 장군도 없고 졸병도 없지요. 조금 더 빠르게 많이 걷는 일에 의기양양해서 전쟁터에서 돌아온 개선장군마냥 어깨에 힘을 주고 대단 하다는 칭찬에 우쭐댄건 아닌지, 그래서 일행들에게 걱정을 끼쳤고 스스로는 극심한 불안의 고통을 겪게된 거라고 반성했습니다. 일몰 한시간 전에 하산을 끝내야 된다는 상식과 자연 앞에선 겸손해야 한다는 교훈을 온몸으로 절감한 2015년1월4일의 백덕산 산행길 이야기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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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찔했던 추억의 산행 길을 3년이 지나 다시 찾았네요. “산바우님이 탈출로를 다 꿰 차고 있어서 오늘은 조난당할 염려가 없으니 안심하세요..^^” 일행이 던진 유쾌한 조크가 모두가 염려하고 기다림의 정을 보여주었던, 그래서 잊지못할 <백덕산 추억>을 회상케 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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