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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안 내변산 (어수대~쇠뿔바위봉~청림마을, 사자동~직소폭포~괸음봉~내소사)15년12월12일산행
    전라길 2015. 12. 16. 10:43

      부끄러워하거나 수줍음을 타지 않는 쾌활하고 활발한 기운을 수컷의 "숫"자를 써서 숫기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이를 보고 숫기가 없는 사람이라고 하지요.

     

      제 경우가 그렇습니다. 수줍음을 많이 타고 낯가림이 심해서 사귀는 것을 힘들어하여 여럿이 어울리는 것 보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 하는 편이지요. 사람은 대개가 여섯 살 때 쯤 이면 기본성격이 완성되어 변하지 않는다고 하는 연구가 있더군요. 내가 왜 숫기가 없을까 곰곰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가 태어날 즈음 어머니의 병약함으로 모유는 구경도 못하고 미음으로 겨우 목숨을 부지하면서 유아기 소년기를 넘어서까지 허약체질로 잔병을 몸에 달고 다녔지요. 잘 넘어지고 달리기는 꼴찌를 맡아 놓았고 턱걸이는 한 번도 못하여 체육시간이 되면 죽고싶을 만큼 싫었지요. 그런 허약함이 무의식중에 방어기제를 작동하게 하면서 타인을 경계하는 심리로 숫기 없는 성격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그 분은 내소사 코스만 가실 분 손들어라 하실 때 가만히 계셔서 우각봉 산행만 하시려나 보다 하였지요. 그런데 청림마을에 저 보다 먼저 와 계시더군요. 그 때부터 나도 모르게 그분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게 되었지요. 관음봉에서 막 내려오는데 붉고 힘찬 청년의 낯빛으로 올라오시더군요. 지레짐작으로 나이 많은 분이라 한 코스 산행만 하시겠지 짐작한 제가 무안했습니다.

     

      제 옆자리에 앉았던 일흔을 넘기신 최민규님 이야기입니다. 귀경길에 참 잘 걸으시더라고 용기를 내어 숫기 있게 말을 건넸지요. 반색을 하시며 산행경력 삼십년이라 하시더군요. 일주일에 한번은 꼭 지방산을 다닌다고 하시면서 도착 즈음까지 대화를 이어갔지요. 소솔한 삶의 일편을 조용한 목소리로 나누었지만 그것이 몰입이 되어 헤어질 때 잡은 손이 참 따뜻하여 시간이 좀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농경시대를 옛날의 정서로만 기억하고 있는 현대인은 개인주의에 집착하여 이타적 결기와 숫기를 모두 잃어버린 시대라 하더군요. 그 숫기를 회복하는 것은 처음 만나는 이에게 따뜻함으로 다가가는 대화가 아닐까요. 대화는 자칫 상대방의 인생에 간섭 하는 것이 되고 그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싶어 하는 호기심에 그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생의 결핍을 채워주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하지요.

     

      정현종 시인은 그의 시 <방문객>에서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라고 하였지요. 옆자리 동석한 분은 어쩌면 내 집에 오신 방문객이 아니겠는지요. 옷자락 스침 인연조차도 가볍지 않다고 했는데 새벽부터 밤늦게 까지 긴 시간을 같은 공간에서 보낸 인연이 작을 순 없겠지요. 어쩌면 지루할 수 도 있는 오고 감의 시간을 따뜻한 눈길로 숫기 있는 사람이 되어 산행에서 느낀 소감을 서로 나누다 보면 산행이 주는 보람은 더 커지겠지요.

     

      객지 벗 십년이라 하였으니 내변산 산행은 또 한분의 좋은 친구를 만나게 해 준 기회가 되었습니다. 최민규 선생님 늘 강건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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