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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자대학교 학위수여식. 2019년2월15일 금요일서울 경기길 2019. 2. 25. 15:51
대학에 가서 공부를 해 보지 못한 게 많이 아쉽다는 내 형님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지요. 주변 어른들로부터 “네 형은 어릴 때 참 똑똑했다”는 얘기를 들은바 있고, 1급 시각 장애라는 신체적 불편함에도 고전음악 듣기와 책 읽기를 좋아하시고 반듯하지 않는 행동을 한 적이 없는, 참 영민 하신 분인데 대학공부를 하셨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어서 한국전쟁의 참화가 형의 인생여정까지 안타깝게 했다는 서글픈 생각만 들지요.
첫째 동생은 공부를 참 잘 했지요. 가정 형편으론 어림 없었지만 타고난 재능으로 오지의 시골학교에서 대구의 일류 여고에 당당히 상위성적으로 합격했고 내 형제 중에 유일하게 대학에서 공부도 하여 평생 교사의 자리를 지키다가 퇴직 후엔 누구보다 알찬 노후를 보내고 있지요. 그렇지만 천재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인재였던 내 동생이 많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요. 대학원 넘어 까지 학문에 정진했더라면 자신은 물론 이 사회에서도 이바지 할 수 있는 지식인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서요.
겨우겨우 중학교를 졸업하고는 객지로 내 보내져서 생활 노동자로 시작한 둘째동생은 향학열을 놓치지 않고 방통고에서 공부를 이어갔지요. 올곧은 성격에다가 허황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이어서 때론 내가 부끄러울 만큼 배울 점이 많았고 지금도 내공이 만만치 않는 동생이지요. 내 형제 누구라도 그러하겠지만 조금만 형편이 낳은 집에 태어났더라면 그 굳은 의지력으로 보아 훌륭한 삶을 이룰 수 있었을 텐데 싶어서 형으로서 속이 많이 상하지요.
나의 경우와 같이 제때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두어해 후배들과 같이 공부해야 하는 어린 시절의 아픈 개인사를 셋째 여동생은 갖고 있지요. 철저한 궁핍 때문에 참 예뻤던 녀석이 어릴 때부터 상처를 많이 받았겠구나 싶은 아픈 기억이 내 가슴 한쪽엔 늘 자리 잡고 있지요. 그렇지만 웃음을 잃지 않고 항상 밝은 모습을 보여줬던 우리 가문의 특별한 마스코트로 지금도 중년의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있지요. 다행히 고등학교까지는 고향에서 무사히 졸업했지요.
나와는 열한 살 차이의 막내 동생은 내가 많이 업어 키웠지요. 1965년도에 입학금이 없어서 중학교에 들어가지 못하고 쉬는 동안 어머니는 막내를 늘상 내 등짝에 업혀서 삽짝 밖으로 내 보냈지요. 고등학교까지 비교적 어려움 없이 졸업하고는 해군에 입대해서 첫 휴가 나왔을 때 멋있는 007가방을 사 주면서 군대생활 잘 하라고 격려했건만 미 귀대를 시도 하는 바람에 영동고속도로까지 가서 달리는 고속버스를 세워 억지로 귀대를 시킨 일은 두고두고 가슴을 철렁하게 한 사건이지요. 늦게나마 신학공부를 하여 목사로 출세(?)한 걸보면 훌륭한 배우자와의 만남이 하느님의 축복으로 이어진 셈이지요.
둘째로 태어난 나 또한 대학공부를 해 보지 못해서 저학력 열등감에 시달리는 아픔을 지닌 채 살았지요. 국민학교 때부터 음악적 감각이 뛰어나서 놀랍다는 소리를 들었고, 중학교 때는 문학을 전공해서 작가가 됐으면 좋겠다는 국어 선생님으로부터의 진지한 조언을 들었을 만큼 둔재는 아니었는데 막 사춘기에 접어드는 예민한 시기에 청천벽력 같은 도시에서 시골로의 이주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했던 연유와 끼니조차 잇지 못했던 가난을 넘어서지 못하고 중요한 시기를 놓쳐버렸지요.
군에서 제대를 하고 시골로 귀향해서 독학으로 공무원 시험을 보겠으니 한 두 해만 집에 있게 해 달라고 간청했지만 오래전부터 신뢰를 상실한 아들의 간청은 아버지의 당장 나가라는 한마디로 며칠 만에 쫓겨나면서 내 인생은 꼬이기 시작했지요. 다행히 하급이지만 공무원이라는 공직자가 되면서부터 생활이 안정되어 홀로되신 어머니를 도와 집안을 두루 살피기 시작했고 다시는 실패하는 삶이 되지 않으려고 무지 노력했지요.
철저히 몸을 다스리고 절제 있는 생활을 곤고히 하면서 다양한 독서로 못다 한 공부의 허기를 채우며 저학력 콤플렉스로부터 벗어나가기 시작했지요. 꼭 대학에서 학위를 받지 않아도 무지함에서는 벗어나자 싶어서 짜투리 시간도 아끼면서 넓고 깊은 책읽기로 앎의 지평을 넓혀갔지요. 그것이 10년 20년 쌓이다 보니 몸의 건강은 물론이려니와 세상의 욕망에서도 자유로워지는 자존감도 높아진 거지요.
책읽기를 좋아하는 며늘아이가 2019년2월15일날, 주경야독하며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무사히 이수하고 석사모를 쓰는 학위수여식에 참석해서 축하해 주었습니다. 얼마나 대견하든지 당분간은 쉬고 싶다는 아이에게 내가 밀어줄 테니 박사까지 도전해 보라고 부추겼지요. 아들놈과 더불어 이제 석사부부가 됐으니 애비가 못해서 한이 된 공부를 내쳐 나갔으면 하는 욕심을 부린 거지요.
그 졸업식에서 나와 내 형제들을 한 사람 한 사람씩 불러내어 대학에서 공부를 해 보지 못한 아쉬움에 대한 회한을 삭여 보았습니다. 그러나 어떻습니까? 나의 인생여정도 그리고 내 형제들의 인생도 실패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누구보다 건강하고 따뜻한 마음들을 갖고 있으니까요. 이젠 노년에 접어든 삶을 정말 헛되이 보내지 말고 우애를 다지며 사람답게 살자고 다짐하는 하루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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