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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연천/고대산(2등산로~말등바위~칼바위~대광봉~삼각봉~고대봉~표범바위~3등산로입구)16년9월25일 일요일서울 경기길 2016. 9. 25. 22:03
고대산 가는 시골 골목길 탁자가 세개 뿐인 조그마한 식당에서 짜장면 한 그릇 시켜놓고 앉았지요. 조금 있으니 노부부와 장년남자 그리고 20대 젊은이가 내 옆자리에 앉습디다. “부모가 자식에게 언짢은 소리를 하고 뒤돌아서면 바로 가슴이 아프다.” “젊어서는 무슨 고생이라도 참고 견뎌야 한다. 할애비는 호텔보이서부터 별별 수모를 다 겪으면서도 묵묵히 열심히 살았다.” 부자지간인가 했는데 조손지간이더군요. 사연이 있겠지만 아마도 그 젊은이는 할애비 손에서 길러진 모양입디다. 식당 문을 나서면서 “손주에게 하는 말씀을 들으니 참 성실하게 세상을 살아오신 것 같아서 내 맘이 찡하네요.” 장년의 남자에게 말을 건네자 그는 계면쩍은 듯 옅은 웃음으로 답을 대신합디다.
경원선 끝자락 신탄리는 작은 시골마을이지요. 집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이어서 기차를 타고 차창밖 시골풍경 보는 재미가 좋아서 가끔 고대산을 찾지요. 점심때가 되어서 짜장면 한그릇으로 요기를 하다가 예기치 않게 조손간의 얘기를 듣곤 내 지난한 삶과 그의 삶이 오버랩 되면서 콧등이 시큰하여졌던 거지요. 노부부는 장년남자의 누나와 매형이었고 젊은이는 손주로 이제 막 군대를 제대하고 취업의 어려움을 토로하자 할애비가 손주에게 조근조근 타이르는 얘기를 듣게 된 것이지요. 혼자 다니다보면 평범한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이 잘 보이고 잘 들리지요. 그러다가 자연스레 말도 건너게 되어 소소한 일에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일이 생겨서 '그래 민초들은 다 그런 저런 사연들을 안고 사는거야' 하고 위로를 받기도 하지요.
신탄리역사에 걸려있는 ‘이돈희 시인의 ‘신탄리’ 시도 찬찬히 읽어보고 쉬엄쉬엄 정상에 올라 초가을 하늘을 쳐다보면서 그 너른 공간에 연인과 친구들이 조용하게 혹은 환호성을 지르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았지요. 정상석 인증샷도 그들에게 부탁하고 그들 모습도 담아주면서 고마움도 교환하였지요. 이제 가을이 저 높푸른 하늘에서부터 찾아왔네요. 이런저런 인연의 사람도 만나면서 색으로 천지가 진동할 가을세상을 만나려니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입니다.
신 탄리 / 이돈희
돌아서야 할 운명의
변방마을 삼거리에 바람이 분다
고대산 정상에 눈발 성성이고
죽은 나뭇가지에 앉아있던
검은 새 한 마리 날아가 버렸다
낙엽 구르고 억새 서걱이는
레일 없는 철길
아물지 못하는 전쟁의 탄흔들이
아픈 역사를 노래한다
북으로 더 못가고
그렁거리던 통일호 열차가
잡목숲 산을 돌아 남으로 간다
고향의
강 하나 산 하나 사람 하나 품고
살아온 사람들
이산의 아픔으로
실향의 그리움으로
시인의 가슴으로
다음역 이정표 없는 철도 중단역에서
머뭇거린다
아~ 지금은
북천을 가리웠던 구름이 바람에 밀려
북녁 산하가 했살에 비추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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