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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곡산~호명산~한강봉~은봉산~소사고개~노아산~비암리.16년3월26일
    서울 경기길 2016. 3. 27. 20:17

       기쁜 일이나 축하할 일이 있을 때엔 음식을 차려놓고 여러 사람이 모여서 즐기는 것을 잔치라고 하지요. 혼례나, 회갑, 혹은 경사가 있을 때 마을사람 모두가 축제를 치르듯 흥겹게 하루를 보냈지요. 장례를 치르는 일도 십시일반 먹거리를 마련하고 보태어 위로하며 축제를 하듯 정을 나누는 것이 일상의 우리 삶이었지요.

     

       그런 전통이 한세대도 가기 전에 모두 사라져 버려서 이웃 간의 정리는 고사하고 피붙이 까지도 만나기가 힘든 세상에 살고 있네요. 혼례는 얼굴을 비치기 위한 체면치례에 그치고 평균수명이 길어짐으로 회갑, 고희잔치도 사라져 버렸으니 온종일 먹고 마시며 춤추고 함께 즐기는 잔치 마당은 이젠 찾아볼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네요.

     

       춘하추동을 차례로 매김 하여 부르는 것은 한 해의 시작이 봄 이여서지요. 그 봄날에 무사산행을 기원하기 위하여 산신령에게 제를 올리는 시산제는 산악회의 필수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어서 그나마 소멸되는 전통의 한 축을 지키고 있구나 싶어서 흐뭇한 마음입니다.

     

       그런데 시산제날엔 대체로 가벼운 산행을 하고 술과 음식으로 도타운 정을 나누는 자리가 보통의 모습일진데 어쩐 일인지 불곡산을 시작으로 20키로미터가 넘는 산행을 하게하여 기운을 다 빼놓는지 알 수가 없는 산악회이네요. 대장님이야 그렇게 계획을 하였다 하여도 회원들 중에 한 분도 반기를 드는 사람이 없으니 참 이상한 일입니다요.

     

       산행 길 끝자락 양주골 비암리 총무님 댁에서 큰 솥 걸어놓고 음식을 마련하는 분주한 정경이 옛날 잔치집 정취를 물씬 풍기게 하더군요. 산길따라님이야 祭主로서 목욕재개 하고 폼만 잡았겠지만 총무님 손길에서 이런 모습을 만든 게 아닌가 싶어서 빨간 루즈로 특별메이크업까지 하신 모습이 얼매나 이뻐 보이든지... 방과 거실 그리고 별도의 공간을 가득 메운 회원님들 팔도방언의 떠들썩한 목소리가 영락없이 백년지기 사랑방이어서 이것이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모두가 호스트가 되셔서 봉사하시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잇속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각박한 세상에 어쩌면 모두들 내일같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웃음을 파시는지.. 산행 중에 동년배의 동행자께서 젊었을 때 부자 되는 게 행복인 줄 알고 아둥바둥 살았는데 이제 뒤 돌아보니 다른 사람에게 아낌없이 주는 즐거움만큼 큰 보람은 없는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그 보람의 잔치를 참가하신 모든 분과 함께 즐겼습니다.

     

       산을 타는 일은 높은 만큼 깊고, 깊은 만큼 높은 이치를 깨닫는 일에 다름 아니다 하였으니 2016년 시산제(始山祭)의 제심(齊心)이 모두에게 미쳐서 겸양과 인정을 내내 이어가시는 명산인으로서의 고집을 계속 이어 나가시기를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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