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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덕유산(안성 동엽령 향적봉 백련사.15년1월18일 맑음)
    전라길 2015. 1. 18. 23:56

     

      내가 장거리 산행을 즐겨하는 것은 오름 짓 할 때 견디어야 하는 고통을 고스란히 몸으로 느낄수 있고. 고통을 넘어서면 정상에 발을 디딜 수 있다는 확실한 의지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이 없다면 산행을 즐겨하지 않았을 것이다.   

     

       경사가 급해지면서 숨은 가빠지고 다리가 천근만근 무거워져도 어느 순간 숨쉬기가 쉬워지고 날아갈듯 발걸음이 가벼워지면서 수목 사이로 비치는 빛과  싸아한 공기 새소리에, 나도 한 작은 생명으로 그들과 함께 자연속에 살아 있다는 존재감이 산으로 이끌게 한다.  

     

        고통과 희열이 교차 하면서 머릿속은 맑아지고 속세의 모습이 시야를 벗어나게 될 즈음이면, 아득하던 정상은 코앞에 다가와 오름의 정점에 섰음이 현실이 되었을 때, 산 위에서는 하늘이 저렇게 높고 파아랗구나 하는 감흥이 있기에 오르고 또 오르게 된다. 

     

       물 한 모금 밥 한 숟갈이 그렇게 맛 있을 수 없고, 동행한 이들과 산행의 즐거움을 소주 한잔으로 나누다 보면, 세상의 부귀영화가 어디 이만하랴 싶어 세속에서 찌들었던 욕망은 한 순간에 사라진다. 그것은 오름짓의 고통을 감내하는 사람만이 오롯이 경험 할 수 있는 특권이다. 

     

       천육백고지가 넘는 덕유산은 백두대간 마루금에 우뚝 솟은 아름다운 산이고 이른바 상고대라 하는 눈꽃를 보기 위하여 전국에서 수많은 산행인들이 모여드는 대표 겨울산이다. 그러나 향적봉 정상 너른 마당에는 항상 사람들이 붐벼서 정상석 앞에서 인증샷 하기도 어렵다. 그것은 향적봉 아래 설천봉으로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곤돌라 영향이다.

     

      몸의 움직임으로 한 겨울에도 땀으로 등을 흥건히 적시면서 정상을 밟았을 때, 산하의 아름다움을 뼛속까지 느낄 수 있고, 오르기 까지의 고통을 감내 해야만 희열을 경험 할 수 있으며, 자연의 소중함과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사랑하게 되는 긍정의 삶으로 변화의 계기가 되므로써, 건강도 회복되고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아는 삶으로 이어질 것인데, 문명의 구조물인 곤돌라를 타고 올라서야 무슨 느낌을 가질 수 있을까 싶다.

     

      장마당 같은 덕유산 정상에 올 때마다 그런 생각으로 잠시도 머물고 싶지 않아 하산길을 재촉하게 된다. 이런 모습에서 근자에 관광객을 불러들이기 위하여, 너도나도 뛰어드는 케이블카 유치경쟁이 금수강산 훼손으로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하여 걱정이다.

     

      쉽게 얻으려는 인간의 욕망과 인스턴트 문명이 어디까지 치달아야 끝이 날지 서글프기만 하다.  

    2015년 1월 18일 덕유산 산행에서의 산바우 상념이다.

     

     

     

     

     

     

     

     

     

     

     

     

     

     

     

     

     

     

     

     

     

     

     

     

     

     

     

     

     

     

     

     

     

     

     

     

     

     

     

     

     

     

    2015년1월18일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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