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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북바위산(물레방아 휴게소~북바위~북바위산~사시리재~박쥐봉~팔랑소)2019년3월9일 토요일충청길 2019. 3. 10. 14:36
마흔을 막 넘긴 90년대 초쯤이었지요. 북한산 염초봉과 만경대 릿지길을 장비도 없이 위험을 무릅쓰고 마구마구 다니다가 암벽등반을 제대로 한번 해보자 하고는 국내유수의 등산학교에 덜컥 입교해 군에서 훈련받듯 주말마다 새벽구보부터 시작하는 암장에서 주저함도 없이 열심히 배움을 익혀 난이도 5.10a급 암벽에선 선등까지 할 만큼의 실력으로 일취월장 하였었지요
그렇게 바위 꾼이 된 어느 비오는 날, 자일 파트너와 단 둘이서 인수봉 고독길을 오르다가 정상을 코앞에 두고 10여미터 아래로 추락하여 오른쪽 발목이 뚝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허벅지 까지 깁스를 한 채 6개월이나 꼼짝없이 치료를 받는라 고생을 했었지요. 그때 1미터만 방향이 틀어졌어도 바닥까지 추락해 바로 이 세상 삶을 마감해야 해서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현기증이 나지요.
완치가 된 다음 다시 암장에 임했을 땐 완만한 경사면에서도 겁이 나 주의를 하게 되었고 자일 매듭이 제대로 이어졌는지 후렌드며 퀵도르가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몇 번씩 확인하는 신중함이 더해졌지요. 그러다가 선인봉에서 함께 등반하던 동료가 하강기에 걸린 자일이 풀리면서 추락사 하는 사고를 목격한 이후에는 이러다가 명대로 못 살겠구나 싶어서 암벽등반을 접었지요.
시간만 나면 북한산의 인수봉과 도봉산 선인봉에 매달려 몰입의 경지에 푹 빠져 살던 그 시절, 막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온라인 별명으로 “산바우”라 지은 건 심지가 단단한 반석같은 사람이 되자는 의미를 심었지요. 옛날 사대부들이 쓰던 호처럼 이즈음 산동무들 사이에선 실제 이름보다 더 많이 부르고 불려지는 닉을 지금까지 쓰게 될 줄을 그때는 몰랐었지요.
충청의 명산 월악산을 마주 바라보는 충주의 북바위산 길, 무우를 싹둑 잘라 놓은듯 수직의 벽으로 서있는 북바위를 지나면서 지난날 자일에 목숨을 걸고 매달렸던 등반의 추억과, "산바우"란 이름에 심은 초심으로 살고 있는가 되돌아보면서 내 자아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 산행 이력이 이만큼 깊어졌으니, 이젠 모든 이들에게 좀 더 너그럽게 다가가는 인정많은 사람이 돼야겠다고 시산제에 찾아오신 산신령님께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린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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