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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대종주(진고개~노인봉~소황병산~매봉~동해전망대~곤산봉~선자령~새봉~대관령)16년10월1일 흐림강원길 2016. 10. 2. 17:29
낯선 산행지에서 온갖 고생을 다 하고 집으로 돌아와 편안한 거실 소파에 앉아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면 ‘그래 누가 뭐래도 내 집이 최고야’ 라고 하지요. 그러나 며칠만 지나면 떠나기 위하여 배낭을 꾸려야하는 귀찮음과 조금 더 나은 산행을 위한 무박의 괴로움, 천근만근 무거운 몸의 근육통을 견뎌야 하는 기억조차도 깡그리 잊어버리고는, 다시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이끄는 힘에 이끌려 산행 길로 나서게 되는 거지요. 누가 그러든가요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서 살아갈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것은 일상의 지친 삶 속에서 소비해 버린 꿈을 충전하기 위해 적지 않는 괴로움과 위험이 도사린 모험의 세계로 스스로 내 몸을 던지는 것이지요, 그래서 산꾼에게 산행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지독한 불치병이라 할 수 있지요. 그 외면할 수 없는 농밀한 매혹의 중독에서 우리는 헤어나지 못하고 있네요. 새로운 것과의 만남은 움직이는 자의 숙명이고 보람이지요. 눈앞에 펼쳐지는 자연의 모든 풍경, 그 낯섦은 항상 우리를 긴장하게 만들지요. 그 설레임을 끊임없이 생산하는 산행은 피로한 삶의 생태계를 원초적 자연의 생동감으로 변화시켜서 나의 삶에 자유와 생명을 선사하는 거지요.
산길을 걷는 것은 멈추지 않고 달려가는 특급열차가 아니라 역 마다 멈추어 서서 숨고르기를 하는 완행열차와 같지요. 그것은 숨 막히는 삶터에서 벗어나 산길을 걸음으로 일상의 의무와 책임도 미루고 내 온몸을 열어 낯선 곳의 공기와 풍경을 맘껏 빨아들이는 거지요. 그 완전한 몰입의 경지를 못잊어 山人들은 내 집이 최고인 것도 망각하는 어리석음을 반복하는 아둔한 이들이지요. 그래도 그 아둔함 때문에 건강과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이어서 나는 오늘도 ‘그래 누가 뭐래도 난 산이 최고야’ 합니다.
지난번 미시령에서 마등령 공룡능선으로 이어진 설악산 길은 백두대간 중 난이도가 가장 높은 길임에 반해 이번 진대길은 낮은 길이라 할 수 있지요. 그래도 산길 26킬로미터는 결코 만만치가 않지요. 사람에게 편안한 정서를 주는 파랑과 초록의 어울림은 닫힌 하늘로 만나지 못했지만 풍력 에너지를 생산하는 바람의 언덕에서의 거대한 풍차군락 인공구조물(저는 흉물로 보여져 섬뜩하였습니다)은 문명과 자연의 부조화에 있어서 최소한의 자연훼손은 수용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경험하는 특별한 산행 길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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