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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골~사패산~포대능선~망월사~신원대학. 16년6월14일 화
    도봉산길 2016. 6. 15. 11:13

       옛날에 서당선생이 삼 형제를 가르쳤겠다. 어느 날 서당선생이 삼 형제에게 차례대로 장래희망을 말해보라고 했겠다. 맏형이 말하기를 "저는 커서 정승이 되고 싶습니다"고 하니 선생이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 "그럼 그렇지"하고 칭찬했겠다. 둘째 형이 말 하기를 '저는 커서 장군이 되고 싶습니다'고 했겠다. 이 말에 서당선생은 역시 흡족한 표정을 짓고 "그럼 그렇지, 사내대장부는 포부가 커야지" 했겠다. 막내에게 물으니 잠깐 생각하더니 "저는 장래희망은 그만두고 개똥 세 개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했겠다.


      표정이 언짢아진 서당선생이 "그건 왜?" 하고 당연히 물을 수밖에. 막내가 말하기를 "저보다도 글 읽기를 싫어하는 맏형이 정승이 되겠다고 큰소리를 치니 개똥 한 개를 먹이고 싶고, 또 저보다도 겁쟁이인 둘째 형이 장군이 되겠다고 큰소리치니 또 개똥 한 개를 먹이고 싶고...." 여기까지 말한 막내가 우물쭈물하니 서당선생이 일그러진 얼굴로 버럭 소리를 질렀겠다. "그럼 마지막 한 개는?" 하고.


       여기까지 말씀하신 할아버님께선 이렇게 물으셨다. "세화야, 막내가 뭐라고 말했겠니?" 하고. 나는 어린 나이에 거침없이 대답했다. "그거야 서당선생이 먹으라고 했겠지요, 뭐." "왜 그러냐?" "그거야 맏형과 둘째 형의 그 엉터리 같은 말을 듣고 좋아했으니까 그렇지요?" "그래, 네 말이 옳다. 얘기는 거기서 끝나지. 그런데 만약 네가 그 막내였다면 그 말을 서당선생에게 할 수 있었겠느냐?" 어렸던 나는 그때 말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자 할아버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세화야, 네가 앞으로 그 말을 못 하게 되면 세 번째의 개똥은 네 차지라는 것을 잊지마라."


       나는 커가면서 세 번째의 개똥을 내가 먹어야 한다는 것을 자주 인정해야 했다. 내가 실존의 의미를, 그리고 리스먼의 자기지향을 생각할 때도 할아버님의 이 말씀이 항상 함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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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사회에, 관용을 말하는 똘레랑스(tolerance)를 익숙하게 한,70년대 남민전 사건으로 빠리에서 망명의 질곡에서 살기위해 택시운전을 하였던 진보언론인 홍세화의 책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에 실린 저자의 이야기다. 짐승이 아닌 사람이기에 치열한 삶을 살아온 그를 읽으면서 나는 그 시절에 무엇을 했나 부끄러웠다. 책은 거울이다.


       인간관계란 무릇 상대적이다. 상대방이 사람대접을 해줄때, 상대를 사람 대접해 줄수 있다. 아무리 품성이 좋은사람이라 할지라도 사람취급을 못받거나 무시당한다고 느낄때에는 화를 내게되고 적대감까지 품게된다. 우리들은 '일보다 사람이 더 사람을 괴롭게하고 피로하게 하는 현대' 에 살고있다. 나와 다른 남을 용인하는 것.. 그것이 똘레랑스다.


       수락산, 사패산에서 잇따라 터진 여성등산객 살인사건 때문인지 포대능선 산길은 개미새끼하나 얼씬거리지 않았다. 생명은 소중한 것이다. 배불리 먹었던 개똥을 토해 내느라 안간힘을 썼지만... 진땀만 난다. 남은인생 쪽 팔리게 살지말자....    -산바우-
















    Goizian argi hastian, Txomin Artola eta Amaia Zubiria (Folk lore sorta I, 1991)   

    좋은시절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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