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길

합천 남산제일봉(청량동~청량사~남산제일봉~매화산~황산저수지~소리길입구)16년10월30일

조르바. 2016. 10. 31. 22:51

   ‘언니’는 같은 항렬의 자매사이에 나이가 적은 여자가 많은 이를 부를 때와 어린 남자아이가 손위 남자형제를 부를 때 쓰는 호칭이지요. 요즘은 동기간이 아니라도 나이가 위인 여자들을 높이거나 친밀하게 부를 때 쓰고있어 보통의 여성들끼리는 언니라  하면서 금방 친분을 쌓아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더군요. 그렇게 부를 때의 언니’ 는 손윗분을 신뢰하고 좋아한다는 마음이 담겨있어 다른 어떤 호칭보다도 더욱 친밀하고 가까워지게 하는 촉매역할을 하지요.

 

   식당에서의 서빙은 보통 여성들이 하지요. 그녀들이 노동으로 얻는 임금은 대개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함이고 마땅한 기술이 없어도 쉽게 구해지는 일자리이기에 중년여성들이 많이 종사하는 힘든 직업이지요. 언제부턴가 그 분들을 언니라 부르더군요. 손님으로서의 우월적 위치에서 다분히 낮춰 부르는 어감이 섞여있지요. 삶이 빡빡하여 일터에 나왔지만 한 가정의 주부이고 어머니들인데 자괴감이 들겠다 싶더군요. 그럴 때의 언니호칭은 친밀감과는 거리가 멀어서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만큼 같은 호칭이라도 경우에 따라서 긍정과 부정의 상반되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요

 

   그런데 그런 호칭을 부치기에 딱 적당할 수준의 최순실 언니가 국정을 농단하여 온 나라를 멘붕에 빠트렸네요. 학문이나 생각 따위가 얕거나 말이나 행동이 상스러울 때 우리는 천박하다고 하지요. 어째 취임 초부터 저급하고 이상한 말들을 뱉어내기에 참 이상하다 했더니만 그 언니언니라 부르는 이 나라 최고지도자의 수준이 그 정도였나 싶어서 그 경천동지할 천박스러움에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거지요.

 

   돌이켜보면 그런 언니인 줄을 분별하지 못하고 대통령으로 선출한 우리의 잘못을 자책해야 되는 자괴감이 너무나 커서 저들보다는 낫다는 자위적 자부심조차도 초라해집니다. 사람들이 모였을 때 정치나 종교얘기는 갈등을 유발한다하여 금기시 하는 게 상식이 됐지만 작금의 사태는 정치담론이 아니라 천박한 아녀자의 끝없는 욕망에 우리가 위임한 권력이 농락당했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진보 보수를 떠나 한 목소리를 내는 지경에 이른 거지요.

 

   그러나 우리 민초들은 이럴 때 일수록 우리가 하는 일에 더욱 충실하며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이런 불행한 사태를 잘 극복하여 우리사회의 미래를 더 투명하고 밝게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램이지요. 경상남도 합천의 남산제일봉 산행은 그런 세상의 시름을 잊게 하기에 충분하였습니다. 마주보고 있는 가야산 가을 길의 번잡함 보다는 육산과 기암이 어우러져 부드러움과 엄숙함이 깊숙이 스며있어 나 자신을 관조하며 혼탁한 세상을 한번 되돌아 보는 귀한 산행 길이 되었습니다.